몇 년된 주택을 구입하는 게 가장 유리할까?

질문

캐나다에 와서 집을 살펴보니, 40-50년 된 단독주택들이 아직도 멀쩡하게 잘 사용되고 있는데 놀랐습니다. 한국에서는 벌써 낡아 허물어버릴 주택년수인데도 관리가 잘 된 탓인지 겉보기에도 당장 사는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기존주택을 구입하려 하는데 몇 년 정도된 주택을 구입하는 게 좋은지요?


답변

지난호에서 말씀 드린 대로 새로 지은 주택은 햇수가 지나면서 마치 어린아이가 성장하듯 변화를 겪게 됩니다. , 대개 햇수가 지남에 따라 다음과 같은 탄생, 성장, 노쇠의 라이프사이클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분양된 신축주택은 약 1-2년 사이에 주택기초지반을 다지는 안정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 시기에 어떤 택지는 토목기초부분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비스듬히 기초가 기울어지는 현상을 보이는 주택 들이 그 예입니다. 특히 매립지 ( 옛 쓰레기장, 늪지대 등 )에 지은 집이나 지반에 단단하지 않은 토질 위에 새로 개발한 신규택지 에서 자주 목격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 땅이 옛날 어떤 곳이었는지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구조나 외벽의 균열을 가져오기도 하는 등 주택이 자리잡기까지의 약간의 진통이 따릅니다. 이러한 시기를 거치는 동안에 발견되는 결함들은 대개 입주 후 1-3년 사이에 그 하자보수가 이루어 집니다.

3-4년 정도가 지나면 당장 생활에 필요한 부대시설들이 거의 다 갖추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경은 개인이 새로 가꾼 부분은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지만, 동네의 전체적인 조경은 나무가 그다지 크게 자라지 않아 금방 분위기의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태입니다. 5-6년 정도가 되면 조경이나 환경 등 동네의 모습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며, 동네주민의 구성내용도 안정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즉, 그 동네가 가지는 특징이 어떤 것인지 윤곽을 드러내는 시기가 됩니다. 사실 주택의 효용성이나 투자의 안전성, 그리고 가격측면에서 볼 때, 이 시기가 가장 매력적인 주택연령이 됩니다. 향후 약10년간 큰 보수투자가 필요 없고 이용 편의성이 급속히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15-20년정도가 되면 동네의 나무들이 보기에 적당히 자란 때입니다. 15-18년 정도가 되면 지붕재 등의 교체투자가 필요하며, 20년정도가 되면 전기배선이나 배관 등의 큰 공사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사들은 상당한 규모의 주택개량예산을 필요로 하므로 이 시기의 주택을 구입할 때는 이러한 점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신규택지개발은 점차 도시외곽에서만 가능해 지므로, 오래된 집이 있는 동네들은 입지상 요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며, 동네의 풍광이 좋은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낡은 주택일수록 단열재료나 설비의 노후화로 에너지의 효율성이 떨어져 구입 이후에 난방비 등 주택 유지관리비용 측면의 영향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결국 40-50년이 된 집들은 내외부의 주요 보수 및 설비교체공사의 라이프 사이클을 2-3회 거친 주택이며, 그 이후엔 증개축, 리모델링 등의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오래된 주택을 구입할 때는 주방시설,가전제품,화장실 상태보다는 정작 대규모의 비용이 발생할 소지가 많은 건물구조상의 결함여부, 배수 및 누수문제, 지붕재 상태, 배관상태, 전기배선상태,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고급단열재료의 사용여부 등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집이라도 입지상의 택지가치와 위에서 언급한 대규모의 보수투자가 최근 몇 년 내에 많은 부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라면 향후 가격의 안정적 상승가능성과 주거생활의 편익도 함께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햇수가 몇 년이면 가장 좋은 집이라는 공식적 판단보다는 입지적인 특성에 바탕을 두고 각 개별주택의 상태를 동시에 고려하여 구입을 결정하시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