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한국에서와 달리, 이곳에서는 향을 별로 따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민들은 아무래도 남향과 같은 따뜻하고 빛이 잘 드는 집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곳 캐나다 주택시장에서는 주택의 향이 가격이나 매각까지의 소요기일에 영향을 주는지요 ?
답변
한국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주택의 향은 남향입니다. '가급적 남향이라야 햇빛도 잘 들고 밝아 좋다'는 생각 말입니다. 사실 이곳 캐나다 주택시장에서 작용하는 주택선정기준에는 우리가 비중을 많이 두는 '주택의 방향' 보다는 오히려 다른 요소들이 많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주변의 녹지대 (골프장, 공원, 개울가, 자연림 지대, 동네의 울창한 수목 등)에 많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전망입니다. 호수가 보이는 곳, 물가, 앞이 탁 트인 전망이 있는 그런 곳이라면 매우 좋은 입지라고 보겠지요. 그 다음이 소음입니다. 주요 교통로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는 그런 적당한 곳을 선호합니다. 주요 간선도로의 교통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곳의 Court (골목 끝에 여러 채의 주택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늘어서 있고 막힌 길), Place (동네의 안망창이) , Crescent (약간 굽은 길), Cul-de-Sac (막힌 길) 등의 이름을 가진 곳이 선호하는 입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택의 방향도 전혀 되지는 않으나, 우리 동양인들처럼 많이 따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의 생각과는 사고의 기준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한국교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향이 대체로 서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 오후 내내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서쪽 창문에서 계속 받아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극구 피하려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서쪽 편에 위치한 방들은 오후 내내 창문의 커튼을 거의 내려 놓고 컴컴하게 지내는 것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서양인들은 이러한 오후의 서향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것은 관광객이 많은 계절에 파리시내의 카페가 많은 골목을 지나가면서 목격하는 재미있는 광경과도 연관이 됩니다. 바로 문화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카페 앞 길거리에 놓여진 테이블은 온통 쏟아지는 햇볕을 즐기려는 서양인들로 자리가 꽉 차 있는데, 길 가던 동양관광객들은 거의 대부분 그늘진 카페의 안쪽으로 들어가 어두운 자리잡는 모습을 본 기억이 새롭습니다. 동양여성들은 더더구나 그러합니다.
주택의 향에 대하여 정리해 보면, 우선 동서로 놓여진 도로의 남쪽과 북쪽에 면해있는 주택들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북쪽에 면해 있는 (“fronting on the north”) 집은 남쪽에서 빛이 내리쬐므로 겨울에 차고 앞 드라이브웨이에 쌓인 눈이 가장 빨리 녹는 점이 장점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설계구조상 안방 등이 남쪽에 배치되어 밝고 따뜻한 점이 좋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1층 북쪽 편에 배치되는 부엌 쪽이 어둡고 추울 수도 있습니다. 한편, 남쪽에 면해 있는 집은 겨울에 차고 앞에 쌓인 눈이 가장 늦게 녹는 점이 단점입니다만, 안방이나 부엌을 남쪽에 배치하여 밝고 따뜻한 점이 좋습니다.
이젠 남북으로 놓여진 도로의 동쪽과 서쪽에 면해있는 주택들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동쪽에 면해 있는 집은 오후에 여름철에 바비큐를 하더라도 집이 그늘을 만들어주어 시원하게 오후 나절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그늘을 좋아하는 한국교민의 경우에 말입니다. 이 길의 서쪽에 면해 있는 집은 오후 햇살이 뒷마당에서 비추어 수목이 없는 집은 야외 바비큐를 즐기기에는 그늘이 부족하여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향은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이 아침 동쪽 태양의 기를 가장 많이 받는 향이라 하여 가장 선호하고 있으며, 최근 북미에서 유행하는 인도의 양택사상에서도 가장 좋은 향으로 꼽기도 합니다. 결국, 구입자가 이러한 장단점을 이해한 후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향의 주택을 고르면 되며, 앞으로 팔 때 자기 집의 향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미리 염려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