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의 인기주거지역을 살펴보는 마지막 순서로, 하이파크 (High Park) 지역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토론토의 서쪽지역에 자리잡은 하이파크 지역은 하이파크 공원을 가운데에 두고, 동서로는 South Kingsway에서 Keele St. 까지, 남북으로는 Dundas St.에서부터 온타리오호에 이르는 동네를 말한다. 하이파크 서쪽 동네를 따로 'Swansea'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편의상 하나의 지역으로 간주하기로 한다. 온타리오 호수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언덕배기 땅 (지금 하이파크가 자리잡은 곳)을 1836년에 당시 지적측량사로 있던 John Howard가 사들임으로서 이 마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미 이 때부터 자기 집이 들어섰던 이 땅을 하이파크(High Park)라고 이름 붙였던 그는 마침내 1873년에 토론토시에 양도하여 지금도 공원 안에 보존된 그의 집이 박물관으로 남아있다. 1900년대에 이 공원 주위에 새롭게 자리잡은 많은 주택들이 지금은 부분적으로 개조되거나 개축되었고, 블루어 거리의 지하철을 따라 주요도로변의 많은 주택들은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 타운하우스와 콘도미니엄으로 바뀌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토론토의 가장 크고 인기 있는 공원인 하이파크 공원에서 언덕과 굽어 트는 오솔길이 있는 울창한 참나무들 사이로 산책과 조깅을 즐기며, 하이파크 공원에서 열리는 세익스피어 여름연극제를 즐기기도 한다.
특히 인근에 자리 잡은 'Bloor West Village'는 현재 토론토시 안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재래식 길거리시장이며, 유럽식 풍물을 맛볼 수 있는 쇼핑거리로도 이름나 있다. 날로 현대식으로 확장하는 대규모 파워센터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강한 생존력과 매력을 갖는 대표적인 재래식 쇼핑거리이다. 주말이면 유럽식 빵과 제과, 다양한 유럽 전통음식들이 열린 가게 문을 통해 장보러 나온 쇼핑객들을 유혹하는 풍경에서 이 동네가 갖는 매력의 일부분을 엿볼 수 있다. 이 때문에 'Bloor West Village'는 가게를 임차하거나 상가건물을 구입하기가 매우 어려운 동네로 소문 나 있다.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지하철로 20분 거리이며, 인근에 쇼핑을 즐길 유럽식 재래시장이 있고, 주말이나 아침 저녁으로 산책과 조깅을 즐길 수 있는 토론토에서 가장 큰 공원을 낀 이 동네가 주거지로 인기를 얻는 이유는 이해할 만하다. 게다가 산책 중에 굽어 내려 보이는 온타리오 호반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 동네의 매력을 높이기에 충분할 것이다. 당연히 이 동네 거주자의 라이프 스타일 특징은 Outdoor 레저와 문화중심의 생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주민구성을 연령별로 보면, Outdoor 활동에 대한 욕구가 강한 25세-55세의 인구가 토론토시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특징을 보인다.
이 지역 주민들 중에서 태어날 때부터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토론토시 평균 52% 보다 높은 59%를 차지하여 특히 폴란드,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동구권 출신 주민들이 많다. 2001년도 인구총조사 당시의 한인교민 거주자가 약 255명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이후에도 꾸준히 그 수가 늘어난 것으로 짐작된다. 도심에서 가까운데다 전철로 연결되는 블루어 한인타운이 가까우므로 생활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주민 인종구성 순위로 보면, 영국계(English & Scottish) 6.5%, 캐나다 토박이가 6.3%, 폴란드인 6.2%, 우크라이나인 5.9%, , 중국인 2.3%, 아일랜드인 2.1%, 이탈리아인 2.1%, 독일인 1.8%, 몰타인 1.8% 등이다. 최근의 신규이민자 전입 순위는 러시아를 포함한 구소련국가들, 우크라이나, 유고슬라비아, 중국, 이란, 루마니아, 콜럼비아, 미국, 인도, 자메이카 등이다. 역시 동구권 출신 주민들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동네의 주택을 형태별로 보면, 단독주택이 약 34%, 반단독(semi-detached) 11%,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47%를 차지하며, 기타 타운하우스 등이다. 주민 중 52%가 자기집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토론토시의 전체 평균 51%와 비슷한 수준이며, 다른 지역보다 1-2명으로 구성된 가구 수가 비교적 많다. 소득수준을 보면, 토론토 평균치보다 약간 높은 편인데 특히 주민들 중에서 년간 10만불 이상의 소득계층이 도시평균 18% 보다 높은 2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의 단독주택은 방 3개짜리가 38만불 부터 시작하여 방4개 있는 100만불의 주택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특히 50-85만불 사이의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가장 왕성하다. 집이 시장에 나온 지 보통 2주일 내외로 리스팅 가격의 약 97-98% 정도에서 거래되므로 환금성이 비교적 좋은 지역이다.
캐나다에서 동네의 가치를 비교할 때, 특히 오래된 주택들이 잘 자리잡은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와 크고 웅장한 새집이 많이 들어선 외곽지역의 신개발 동네를 서로 비교하면서 예로 드는 이야기에 '서울의 한강과 파리의 세느강에 관한 논쟁'이 있다. 크고 웅장한 맛과 시원스런 풍경에서는 서울의 한강이 월등히 낫겠지만, 파리의 세느강은 작고 볼품은 없지만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주장이 가치인식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우리가 시장에서 동네의 선호도나 가치를 판단할 때, 외견상으로 보이는 '크고 깨끗한' 한강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좁고 우중충해 보이고 낡은 듯한' 세느강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이 동네이야기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음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키고자 한다. 그 동네에 서린 많은 '이야기'들이 그 동네의 자부심과 시장에서의 보편적인 수요로 연결되는 현상을 현장에서는 느끼게 된다. 광역토론토에서 한국교민들이 차지하는 시장규모는 전체의 규모에서 볼 때 아주 미미하다. 그러므로, 새 이민자로서 이러한 이야기의 내용을 모르는 한인들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조망(broad view)능력을 길러야만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매매물건에 대한 가치인식을 정확히 할 수 있고, 이것이 개인의 장기적인 이재(재테크)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