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이민자 증가로 집값이 지속 상승
캐나다의 집값은 2000년 초반에서부터 지금까지 중간에 몇 년간의 조정기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상승세는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이민자는 큰폭으로 늘어난 탓으로 볼 수 있다. 캐나다의 새이민자 규모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줄어들다가 1990년대초부터 매년 약 25만명 내외로 꾸준히 유입되었고, 2016년부터는 약 30만명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대도시 지역에서는 주택난을 심화시켰으며 공실률이 낮아진 주거용 임대시장에서 렌트비도 동반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렌트비가 오르자 주택임대 수익성을 높여 투자자들을 대거 주택시장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아시아계와 중동계, 동유럽계 이민지들 중 안정된 기반을 갖춘 이들이 투자자로서 주택시장에 많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향후 3년간 연방정부가 해마다 약 44만명 내외의 새이민자를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캐나다의 적정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구증가량의 약 80%를 새이민자로 채우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획기적인 주택공급확대 계획이 없이 새이민자만 늘린다면 대도시지역에는 당장 렌트비 및 주택가격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가수요가 늘어난 주택시장
지난 20여년 동안 지속된 집값상승으로 인해 주택시장에서 투자의 기회를 찾고자 뛰어든 캐나다인들이 크게 늘어났다. 캐나다 대도시지역에서 새로 지어지는 집들 중에서 콘도의 비중은 토론토가 약 56%, 밴쿠버가 약 54%, 몬트리올이 약 52%이다. 이처럼 콘도 비중이 전체 신축주택 중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캐나다주택통계프로그램(Canadian Housing Statistics Program)의 추정치에 따르면 BC주 콘도의 약 77%, 온타리오주 콘도의 약 70%는 투자목적으로 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렌트수입이나 매매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주택시장에는 가수요가 크게 증가하였다. 실수요 목적이 아닌 가수요 구매자들이 늘어나면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높여 가격변동의 폭도 커지게 된다. 장기적인 주거안정 보다는 단기의 투자수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이나 투자수익률의 변화가 생기면 경제적 이해관계를 따져 집을 처분하는 결정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가구의 부동산 자산 비중도 커져
우리가 모두 인정하다시피, 한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로 유명하다. 최근의 국가별 비교자료를 보면,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한국이 64.4%, 미국 28.5%, 일본 37.1%, 영국 46.2%, 호주 61.2%, 캐나다가 46.1%로 나타났다. 미국은 가정마다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주된 자산이 주식 등 금융자산에 70% 이상이 쏠려 있어서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주식시장을 부양하려고 온갖 정책을 쏟아낸다. 캐나다인들도 2012년만 하더라도 금융자산이 가구당 총자산 중 58%를 차지하였으므로 부동산 보다는 주식투자에 더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자산이 54%로 낮아졌고, 상대적으로 부동산에 가구당 자산 비중이 46% 이상 투자되어 있다. 약 10여년 전만 해도 42% 수준이던 부동산 비중이 꾸준한 집값 상승에 더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진 가구들이 늘어난 탓이다.
캐나다인들이 부동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증거를 찾기 위해 연방통계청이 소득수준별 가구당 총자산 중 부동산 보유비중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니, 지난 10년간 중간소득층은 47%에서 50%로 늘어 났고 그동안 보유부동산 가치는 약 96% 올랐다, 또한 최상위소득 20%의 가구들도 37% 에서 41%로 늘어 났고, 보유부동산의 가치도 약 79% 올랐다. 집값이 이렇게 꾸준히 오르면서 렌트시세도 동반상승하니,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많은 캐나다인들이 신축주택이나 콘도분양을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렌트수입을 목적으로한 투자자로 주택시장에 대거 참여함으로서 부동산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중간소득층은 자기집이 보유부동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상위20%에 속하는 고소득층은 상업용 부동산이나 임대목적의 주거용 부동산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서, 캐나다도 부동산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지난 10년동안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에서의 내집 마련 전략
근로소득자가 급여를 모아서 집을 사겠다는 계획은 미국에서는 아직도 가능한 일로 보여지지만, 캐나다에서는 어려운 목표임을 다음의 통계가 증명해주고 있다. 1975년에 받던 근로자의 실질가처분소득(Real Disposable Income)을 100으로 두고 지금까지 얼마나 임금이 상승하였는지 살펴보면, 1985년에 110, 1995년에 119, 2005년에 137, 2015년에 175, 2021년에 200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비해 집값은 그동안 어떤 가격변화를 보였는지 살펴보니, 1975년의 집값을 100으로 두었을 때 1985년에 96, 1995년에 125, 2005년에 165, 2015년에 247, 2021년에 400 수준으로 급상승하였다. 이처럼 캐나다의 집값은 근로자의 임금보다 약 2배 이상 빠르게 오르기 때문에 급여를 모아서 집을 산다는 꿈은 실현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큰 폭의 가격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인 근로소득의 증가속도가 집값 상승속도에 뒤쳐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주택공급정책 뿐만 아니라 임금상승여력의 바탕이 되는 산업생산성이 캐나다보다 앞서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캐나다에서는 구입과 렌트 중에서 고민할 것이 아니라, 모기지대출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자금(downpayment)만이라도 마련되면 한 해라도 빨리 자기집을 구매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