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중에도 그동안 주택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라 매달 집값이 전고점을 경신하면서 달려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오른 가격에 대한 부담과 피로감을 느낀 바이어들이 더 이상은 무모하게 오퍼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주택시장의 변화를 알려주는걸까?
새 리스팅매물과 매매된 주택 간의 비율(SNLR; Sales to New Listings Ratio)
매달 팔린 주택매물의 수가 새로 리스팅된 매물의 수를 능가하면 주택시장의 재고량이 줄어들게 되어 매물부족현상을 보이게 되며, 그 반대가 되면 매달 재고매물이 쌓여간다. 대체로 이 비율이 60%를 초과하면 Seller's Market 이 되며, 40% 미만이 되면 Buyer's Market 이 된다. 이 지표만을 본다면, 올 4월에 접어들면서 토론토의 주택시장은 이제 셀러가 힘을 갖던 시장에서 균형된 시장(Balance Market ; 대체로 40%-60% 사이) 쪽으로 접근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단독주택보다는 콘도시장에서 더 빠르게 균형된 시장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매물이 팔리는데 걸리는 시간(DOM; Days on Market)
집을 시장에 내놓기가 무섭게 팔리는 주택시장에서는 대체로 하루나 며칠 만 지나도 거래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더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하여 오퍼일자를 지정해 둔 경우에는 약 5-10일간 집을 충분히 보여준 다음 여러 바이어 간의 경쟁을 유도하여 높은 값에 매각하는 일이 일반화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5-10일만에 팔린 것으로 통계가 집계된다. 하지만 시장이 냉각되어 오퍼일자가 되어도 한 두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보내면 가격이 서로 안맞아서 셀러는 집을 계속 보여주다가 매각하게 되고 DOM은 점점 길어진다. 따라서, 이 지표는 시장의 변화를 매우 효과적으로 알려주는 신호등이다. 균형된 시장에서는 단독주택의 DOM이 보통 18일-25일 정도가 된다.
매매가격 대 리스팅가격의 비율(%, Sold Price vs. Listing Price)
일반적으로 균형된 시장에서는 리스팅가격에 비하여 매매가격은 평균 약 98% 전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지난 부동산협회의 거래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물론 동네에 따라서는 97%, 또는 99%의 평균거래가격비율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열된 시장에서는 셀러가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 바이어 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낮게 리스팅하여 더 많은 복수오퍼(multiple offers)를 받아서 리스팅가격 이상으로 팔리게 되므로 이 비율은 110-115% 정도로 높아진다. 하지만, 균형된 시장으로 진입하면 많은 매물들이 다시 적정가격을 산정하여 리스팅하게 되고, 바이어와 의 가격협상을 통해 리스팅가격보다 약 1-3% 낮은 수준에서 매매가 이루어진다.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는 이자율
모기지 이자율은 채권금리에 따라 조달비용이 결정되므로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올렸다고 곧바로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결국 나아가기 때문에 집을 구입하는 바이어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게다가 충분히 바이어들에게 적응할 여유를 주는 소폭의 이자율 인상이 여러차례 일어나는 게 아니라, 큰폭으로 이자율을 올리게 되면 주택거래시장도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된다. 따라서 이자율 변화의 폭과 빈도, 그리고 타이밍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각급 정부의 부동산 과열 방지 정책
주택시장에는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데,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제각기 주택시장에 끼치는 영향과 그 내용이 다르다, 연방정부는 모기지대출 승인기준을 더 까다롭게 하여 주택시장에 흘러가는 자금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세제정책을 통해 주택구입수요에도 영향을 준다. 주정부도 연방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공공주택공급정책을 통해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며, 외국인투기에 대한 대응책이나 취득세율 조정을 통한 수요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신축허가요건이나 부담금을 완화하거나 행정절차개선을 통해 신규주택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몇년간 지속된 집값 상승이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되면서 각급 정부가 거의 동시에 대책을 내놓게 되었는데, 이런 동시적 행동은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진다.
새이민자 가정의 증가와 지역별 일자리의 변화
주택시장은 크게 보아 인구의 증감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매년 어느 정도의 새이민자 가정이 새로 유입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집값의 변화는 지역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도시 내에서 소득이 놓은 새로운 일자리가 어느 지역에 많이 생기는지도 눈여겨 보면 그 일대의 주택수요변화도 예견할 수 있다. 전체적인 집값 움직임과 달리 일부지역은 매우 견고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다.
경제전문가의 분석보다 현장의 감이 더 중요
거시경제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이자율과 실업률, GDP성장률, 인플레이션, 임금상승률, 주택신축활동량 등을 주택가격과 연계시켜 분석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주택시장전망 보고서들도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겠지만, 지난 주택시장의 변화와 그들의 예측내용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부동산협회의 거래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한 전망치나 현장에서 발로 뛰며 감으로 느끼는 중개인들의 촉각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특히 단기적인 주택시장의 변화에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